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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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너의 거짓말
四月は君の嘘
Your Lie in April

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내용 누설이 약간 있습니다.

3년 전부터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피아노 학원에 다녔었지만 이사를 간 동네에 피아노 학원이 없어서 이내 그만둔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피아노는 치면 그만 안 치면 그만이라고 느꼈던지라 십여 년이 넘게 피아노를 칠 생각을 전혀 안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하여 죽기 전까지 쇼팽 발라드 1번을 연주해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 계기가 되어준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 입니다.

애니메이션 <4월은 너의 거짓말>은 트라우마로 인해 피아노를 더 이상 연주할 수 없게 된 소년 아리마 코세이가 그를 동경하는 소녀 미야조노 카오리를 만나 다시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숨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더빙판 블루레이가 나오자마자 냉큼 구입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어떤 면이 좋았는지 감상평을 한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I met the girl under full-bloomed cherry blossoms,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주인공 아리마 코세이는 더 이상 피아노를 제대로 연주하지 못합니다. 이를 소꿉친구인 사와베 츠바키는 안타깝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요. 어느 날 코세이는 츠바키를 통해 문화회관 근처에서 멜로디언을 연주하고 있던 미야조노 카오리를 만납니다.

카오리는 코세이를 처음 만남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멜로디언을 너무 세게 불어서 그렇다고 말했지만 글쎄요… 진짜 이유는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난 뒤에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 볼 땐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으나 다시 보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카오리의 행동이 여럿 등장합니다. 이런 요소들을 찾아보며 의미를 파악해보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주된 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And my fate has begun to change.

미야조노 카오리: 자꾸 바닥만 보니까 오선보라는 우리에 갖히는거야.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여행할 땐 대범해져야 돼. 그러니 실컷 창피당하고 오자. 둘이 함께. 아리마 코세이: 천진난만 기상천외. 마치 제트코스터처럼 난 항상 휘둘리기만 해. 내 눈엔 바로 네가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여행같아. 너는 자유 그 자체야. 미야조노 카오리: 아니, 틀렸어. 음악이 자유로운 거야.

코세이는 바이올린 콩쿠르 반주자로 임명하겠다는 카오리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카오리의 끈질긴 설득과 간절한 부탁을 통해 결국 승낙합니다. 콩쿠르에서 코세이는 제대로 연주하나 싶었지만 이내 자신의 피아노 연주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결국 연주를 포기하고 맙니다. 이런 상황에 카오리는 무사히 연주를 마칠수 있도록 그를 다독였죠.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사히 연주를 끝낸 코세이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가 알고 있던 음악과 그녀가 보여준 음악이 상반되기 때문입니다. 그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음악이란 대회에 입상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목적지가 정해진 여행입니다. 반면 카오리가 보여준 음악은 자신의 개성대로 자유롭게 연주하는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여행입니다.

My fate has begun to change because of you.

아이자 타케시: (네가 없는 2년 동안 죽도록 노력했던 건 언젠가 네가 돌아올 거라 믿었기 때문이야. 난 이제 널 따라잡았어? 아니면 더 멀어졌나? 다시 신기루처럼 널 따라가게 해줄래? 내 동경의 대상이 돼줄거야? 대답해줘. 내게 보여줘. 자, 이 다음은 네 차례야. 아리마 코세이!)

이가와 에미: (2년 만에 바로 내 곁에 그 녀석이 있어. 키가 많이 컸고 조금은 어른스러워졌지만 금방 알아봤어. 그때부터 난 흥분하기 시작했어. 그 녀석이 내 곁에서 날 보고 있어!)

카오리의 콩쿠르를 망친 대가로 피아노 콩쿠르에 나간 코세이는 자신을 동경의 대상이자 라이벌로 삼은 타케시 그리고 에미를 만납니다. 콩쿠르가 시작되기 전 코세이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공분을 삽니다. 하지만 콩쿠르가 시작되자 모두 서로에게 음악을 전하기 위한 연주를 시작합니다.

이 콩쿠르에서 타케시는 추격을, 에미는 겨울바람을 연주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연주곡명엔 상징성이 있습니다. 타케시는 자신의 히어로인 코세이를 이기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전하기 위해, 에미는 어렸을 적 따분했던 콩쿠르 장에서 코세이의 연주를 듣고 감정이 복받친 경험을 전하기 위해 연주합니다. 추격은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리듬이 무언가를 끝까지 쫓는 느낌이 들며, 겨울바람은 처음 시작은 잔잔하지만 어느 순간 격동하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적절한 선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추격은 쇼팽 에튀드 Op.10, 4번, 겨울바람은 쇼팽 에튀드 Op.25, 11번의 명칭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유튜브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더 이상은 네이버…

아리마 코세이: 난 그저 엄마가 기뻐했으면 했어. 츠바키랑 와타리랑 놀고 싶어도 얻어 맞아도 참고 또 참으면서 연습했는데… 내가 바란건 엄마가 건강해지는 것 뿐이었는데… 엄마가 기뻐해주길 바랬는데… 그랬는데… 차라리 그냥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아리마 사키: (이건 벌이란다. 나와 내 꿈을 네가 거부한 벌.)

2년 전 코세이는 어머니에게 저주에 가까운 독설을 퍼붓습니다. 며칠 후 독설은 현실이 되었고 이것이 트라우마로 작용하여 코세이는 갑자기 자신의 연주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됩니다. 코세이는 이를 어머니에게 독설을 퍼부은 대가로 받은 벌이라고 여깁니다. 또한 피아노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핑곗거리로 삼기 시작합니다.

콩쿠르 장에서 연주하던 도중 코세이의 트라우마가 점점 엄습해옵니다. 시작은 좋았던 연주가 엉망이 되었지만 코세이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연주에 임합니다. 코세이는 트라우마가 엄습해오자 카오리에게 음악이 닿길 바라며 트라우마를 떨쳐냅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친구를 만나 피아노를 배우면서 마침내 트라우마를 이겨냅니다. 한평생 안고 다녔을 트라우마를 카오리를 만나면서 마침내 극복한 것입니다.

서로 주고받는 감동과 공생

쇼팽 발라드 1번 연주를 마치고… 광광 우럭따 8ㅅ8

아리마 코세이: 다들 보고 있어.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걸. 모두가 있었기 때문이야. 내 인생을 함께 했던 사람들. 나를 풍요롭게 해준 사람들. 난 답해야 해!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여럿 등장하여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하지만 슬픈 애니메이션입니다. 특히 마지막 화에서 코세이가 연주한 쇼팽의 발라드 1번은 슬픔-희망-슬픔의 패턴을 보여주며 그의 강렬한 슬픔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또한 마지막 화에서 등장하는 카오리의 독백에서도 그녀의 강렬한 슬픔이 묻어나옵니다.

코세이는 카오리를 만남으로써 잿빛이었던 그녀의 인생에 색을 입혀주었고 카오리는 코세이를 만남으로써 그가 다시 피아노를 마주하게 해주었습니다. 타케시와 에미는 코세이와 경쟁하여 한층 더 성장했으며 타케시의 여동생인 아이자 나기도 그와 함께 소리를 만들어내면서 의도치않게 성장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소꿉친구인 츠바키와 와타리는 각각 코세이에게 소리를 찾아주고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발전시켜주는 모습. 이것이 이 애니메이션이 보여주고자 하는 궁극적인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주인공의 이름이 코세이[公生(공생)] 이듯이 말입니다. 보통 공(公) 자는 ‘공공의, 사심이 없는’ 이란 뜻으로 주로 쓰이지만 ‘함께 하다’라는 뜻도 있기에 억지로(?) 한번 적어보며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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