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취성의 가르간티아

Table of Content

취성의 가르간티아
翠星のガルガンティア
Gargantia on the Verdurous Planet

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내용 누설이 약간 있습니다.

누구나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기가 옵니다. 누군가는 그런 시기가 설레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걱정이 앞설 것입니다. 간신히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데 성공해도 직장 보직이 바뀌거나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 같은 걱정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몇 년 전 첫 취업을 한 후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었지요. 지금도 업무가 바뀌면 기대보단 걱정이 앞섭니다.

애니메이션 <취성의 가르간티아>는 이런 사회 초년생을 위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취성의 가르간티아>는 그저 명령에만 충실히 따르며 싸우는 것 외엔 할 줄 몰랐던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에서 주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애니메이션의 각본가인 우로부치 겐은 애니메이션 컨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사회 초년생의 길잡이가 되어주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같습니다.

우로부치 겐(애니메이션 각본가): 이 애니메이션은 기획 단계부터 10대 후반 ~ 20대 초반의 연령층, 즉 앞으로 사회에 진출하거나 사회에 나온지 얼마 안 되어 당황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보낼 메시지를 담는 것을 과제로 삼았습니다. 그러한 의식 하에 구성한 스토리는 과거 제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취업 빙하기 등으로 불리는 각박한 세상, 힘든 싸움을 강요당하는 사회초년생의 가슴에 이 작품이 응원가로써 닿기를 바랍니다.

시공의 폭풍을 통해 지구에 불시착한 소년

인류은하동맹 소속 소년병 레도는 인류와 대립하는 괴생명체 히디어즈와의 전투에 임합니다. 인류은하동맹은 총력전에 가까운 병력과 신병기를 투입했으나 히디어즈의 압도적인 화력과 재생력에 큰 타격을 입고 결국 후퇴합니다. 후퇴 도중 레도는 히디어즈의 방해로 왜곡된 시공에 삼켜지게 되어 알 수 없는 장소로 표류합니다. 그가 표류한 곳은 다름아닌 지구였습니다. 

멸명한 줄 알았던 지구, 인류은하동맹이 그토록 찾던 물과 산소가 풍부한 행성, 자신과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레도는 선단(船團) 가르간티아 위에서 이렇게 외칩니다. 시공의 폭풍은 정말 최고야! 는 훼이크고… 당연히 그럴 리 없는 그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그는 과연 인류은하동맹으로 귀환할 수 있을까요?

고향엔 없던 공존과 공생이란 개념

베벨:선단은 조직이 아니야. 함께 지내는 것뿐이지. 싸우기도 하고 돕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뿐이야. 모두가 걱정없이 산다면 그걸로 된 거 아냐?

인류은하동맹은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나섰지만 마땅한 행성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생존 문제에 직면한 인류은하동맹은 인간적인 모습을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극단적인 전체주의 사회로 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가르간티아는 인류은하동맹과는 완전히 상반된 사회입니다. 선단(船團)에서 물질적으로 풍유롭게 살아가진 못하지만 아이들은 자유롭고 무질서하게 뛰어놀며, 병약자는 미래에 무언가를 하겠다는 꿈을 꾸며 살아갑니다.

모든 것을 통제하며 몸이 약한 자를 도태시켰던 인류은하동맹에서 살았던 레도는 가르간티아의 생활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베벨이라는 병약한 소년과 만나면서 숨겨져있던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무의식적으로 발견하게 됩니다.

Boys, be active!

체임버: 이 하늘과 바다 전부가 너에게 가능성을 열어줄 거다. 생존하라, 탐구하라. 그 생명에 최대한의 성과를 기대한다.

구 인류의 유적을 찾던 레도는 우연히 히디어즈의 정체와 인류은하동맹의 기원을 알게 됩니다. 그 결과 레도는 자신의 사명이 부정당하게 됨을 느끼며 크게 괴로워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레도는 인류은하동맹과 다를바 없는 또다른 선단을 만나 이에 대항합니다. 지금까지 명령에만 충실했던 그가 드디어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지막 화에 등장하는 교전 장면에서 파일럿 지원계발 시스템, 쉽게 말해 인공지능 시스템인 체임버는 레도를 더 이상 계발의 여지가 없다며 전투 로봇에서 강제로 퇴출시킵니다. 이 때 인공지능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 체임버의 “생존하라, 탐구하라.” 라는 대사는 감동적이면서도 이 애니메이션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잘 표현해냈습니다.

애니메이션 <취성의 가르간티아>는 로봇이 등장하는 메카닉 장르지만 화려한 액션씬을 주로 기대했다면 실망할 애니메이션입니다. 화려한 액션 씬이 첫 화에만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장 드라마 쪽에 관심이 많다면 반드시 볼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