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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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결론적으로,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기술의 힘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현명한 선택이 가져올 혜택은 어마어마한 반면, 현명하지 못한 결정의 대가는 인류 자체를 소멸에 이르게 할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서문

현대 인류는 전례없는 풍요로움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이젠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 죽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질병 치료 목적으로 쓰이던 의학 기술은 이젠 업그레이드 수단(미용, 성형 목적 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인류는 생존투쟁에서 해방되자 행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이와 동시에 인류는 만물의 신이 되고자 하지 않을까요?

유발 하라리의 책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되고자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데우스’로 진화하려 하는 인류의 미래와 걱정이 담긴 책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수많은 데이터와 변수가 무수히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미래의 사건들은 제멋대로, 예기치 않게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미래를 추측하기보다는 미래에 인류를 바꿀만한 요소들을 소개하며 독자가 직접 미래에 인류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추측해보도록 유도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고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번 쯤 추측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동물의 가축화에 성공한 인류

먼저 인류는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요. 다른 동물들보다 지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여러 집단이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종이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인류는 농업혁명을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일부 동물들을 가축으로 길들였습니다.

인류에게 길들여진 가축은 집단의 관점에서 봤을 때 종을 영속해 나갈 수 있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개체 하나하나의 관점에서 봤을 땐 크나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은 인류로부터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받지만 오로지 빠른 성장만을 강요받으며 태어난지 몇 달이 지난 후 도축됩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한 해에 도축되는 닭의 마릿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암퇘지도 마찬가지로 우리에 갇혀 제대로 걷지 못하고 새끼와 유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고통을 겪습니다.

생명체의 진화는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인류를 포함한 모든 동물들의 감정은 석기시대 이래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제라도 가축들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육식을 금지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축의 사육 환경 문제와 과도한 육식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MBC 다큐멘터리 – 팝콘치킨 편을 한번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추상화와 데이터화가 가능한 인류

인류는 또한 추상적인 것들을 상상할 수 있고 그것들의 의미를 엮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지구를 지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류는 신이라는 존재를 상상하며 종교를 탄생시켰고 습득한 지식을 영속하고자 문자를 발명했으며 과학을 발전시켰습니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하고 증명해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종교는 이제 고리타분하고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쪽만이 불변의 진리라고 믿는 사고는 매우 위험합니다. 불변의 진리라고 믿었던 대상만을 숭배하고 나머지 것들을 배척하면 그것이 폭주했을 때 견제할 대상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과학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작동하는지 알 수는 있지만 인류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의 윤리적 판단은 과학이 할 수 없습니다. 인류는 가치 판단 없이 존속할 수 없으며 종교가 이런 질문들에 답해줄 것입니다.

머나먼 미래에도 종교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이 책에서는 그렇다고 추측합니다. 머나먼 미래에는 데이터를 숭배하는 종교가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종교는 데이터를 가능한 한 공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사물인터넷 연결, SNS 활동, 빅데이터 활용, 공공데이터 개방 등의 사례는 데이터 교 태동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여담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데이터 처리량과 정치 제도의 변화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 작가의 생각입니다. 과거엔 데이터 발생량이 크지 않았기에 중앙집중협 정치제도(군주제)로도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 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이유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에 적합한 분산형 정치 제도를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정치 제도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데이터가 쏟아진다면 과연 새로운 정치 제도가 등장할까요…?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인류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더 나은 알고리즘(간단히 말하자면 일련의 처리 과정)을 통해 그것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인류의 미래를 가장 크게 뒤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정해져 있지 않으며 이것이 인류의 다양한 분야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감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지에 대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을 아직 알지 못합니다. 만약 이 알고리즘을 알게 된다면 인류는 기쁜 감정만을 취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탄생하면 직업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사회 보장 제도는 어떻게 변할까요?

어쩌면 전능한 알고리즘(시스템)을 독점한 소수 집단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어 전례 없는 사회적 불평등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 인류가 알고리즘의 가축이 될지도 모릅니다. 인류가 동물들을 가축화하고 정서적 욕구를 무시했듯이 알고리즘도 그러지 못할 이유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마치며…

기술은 언제나 목표를 넘어서면 기준을 지키려하기보다 능가하려 합니다. 기술에 보수란 없으며 진보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도 데이터는 쉴새 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아 미래를 예측해보는 건 의미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향해 달려가도록 우리의 운명을 한번 상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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