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어그레시브 레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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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레시브 레츠코
アグレッシブ烈子
AggRetsuko

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별의별 빡치는 상황을 반드시 겪게 됩니다. 저는 시보(어떤 관직에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에 그 일에 실제로 종사하여 사무를 익히는 직책) 때 하도 빡치는 상황을 많이 겪다 보니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들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태연하게 버텨내는 일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치열한 소망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버티다 보니 어느새 적응을 한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어그레시브 레츠코>는 착하고 성실한 회사원 레츠코가 회사 생활에 시달린 후 데스메탈을 부르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착한(?) 직장인이라면 깊은 빡침과 통쾌함이 밀려오는 애니메이션이지요. 픽션일 뿐인데 남 얘기 같지가 않았습니다…

po데스메탈wer

퇴근 전
퇴근 후!!!!!!

♫ 여기는 세상의 끝 1인 노래방. 퇴근길에 오는 피난처.
♫ 아침이 오면 또 종일 회사에서 영혼을 파는 회사의 노예가 되지
♫ 임금 노동자!

♫ 레츠코의 데스메탈 노래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레츠코는 어느 무역회사의 경리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동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회사생활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동료의 SNS를 염탐하는 직원, 상사에게 아부하는 직원, 동료에게 일을 떠넘기는 직원, 별 일도 아닌데 바쁘다고 하소연하는 직원 등등의 모습으로요.

반면 레츠코는 경리부에서 가장 착한 직원입니다.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고분고분하며 맡은 일도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해냅니다. 하지만 그 때묻지 않은 성격 탓에 동료들의 무리한 부탁과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지 못합니다. 여담이지만 저도 이와 비슷하기에 이 애니메이션이 뜻깊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레츠코가 직장에서 분노 게이지를 채운 후 남몰래 가는 곳은 노래방입니다. 발라드가 어울릴 법한 그녀지만 자신만의 아지트 격인 이 곳에서 혼자 데스메탈 장르의 노래를 부릅니다. 남몰래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던 그녀였지만 회식에 참여하여 자신을 디스하는 상사 앞에서 데스메탈을 부른 장면은 상사의 뼈를 때리는 통쾌한 한방이었습니다.

너무 착한 것도 과유불급

상사가 족같아요. 상사 가족같아요. 가족같은 상사(?)

레츠코를 가장 힘들게 하는 이는 황돈 부장입니다. 그는 사소한 것을 트집잡아 그녀를 구박합니다. 심지어 퇴사를 고민하는 그녀를 단기 계약직이라고 부르며 폄훼하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츠코는 꿋꿋이 참으며 회사생활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장도 실수를 자주하는 그녀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곤 합니다. 이윽고 다시 꼰대의 모습으로 돌아가긴 했지만요.

이처럼 마음씨가 여리면 상사의 사소한 요구를 거절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항의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어떤 이유를 들며 거절해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거나, 항의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걱정되거나, 그냥 내가 요구를 들어주는 게 속편하겠거니 등의 만감이 교차합니다. 이런 일을 계속 받아주면 주변에선 좋게 말하면 착한 사람, 나쁘게 말하면 호구로 보기 십상인데 말입니다. 그렇게 점점 원래 그런 사람인 것으로 인식돼버리겠지요.

아무튼 이 애니메이션은 내향적인 직장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하다가 기분 상하는 일이 있었다면 퇴근 후 코인 노래방에서 혼자 목청껏 소리쳐 보는 게 어떨까요? 음치여도 속만 풀리면 그만 아닐까요? 포르테(f) 기호가 많이 붙은 악보를 피아노로 쾅쾅 연주하면 속이 좀 풀리던데 말입니다. (……)

총평

직장 생활에 빡쳐 있다면 맥주캔 하나 따서 마시면서 볼만한 애니메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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