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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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프로불편러가 되어 고찰한 후 써보는 글.

 

얼마 전 한 프랑스 도축장에서 촬영된 몰래카메라 영상을 봤다. 그 영상에서 살아있던 새끼 양은 물건 다루듯 내팽개쳐졌다. 어리둥절한 새끼 양은 도구로 머리를 가격받아 바로 뻗어버렸다. 그 후 거꾸로 매달려 도축당했다.

그리고 얼마 전 악어가 얼룩말을 사냥하는 영상을 봤다. 그 영상에서 악어가 얼룩말의 배를 물어 뜯었다. 얼룩말은 달아나는 데 성공했지만 이윽고 자신의 배에서 내장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죽어갔다.

이처럼 생물은 다른 생물을 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인류는 가축을 길들인 후 도축하여 고기를 얻는다. 동물도 사냥을 통해 먹이를 얻는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취하는 과정은 잔인하다. 하지만 포식자가 살아가기 위해선 피식자의 생명을 취해야 한다.

 

몇 년 전 전 세계에서 도축된 닭의 마릿수는 약 600억 마리라고 한다. 아마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다. 1년 동안 전 세계 인구 수의 약 10배나 되는 생명이 강제로 사그라든다니! 나는 이 마릿수에 압도당했다. 이 때문에 나는 닭 요리를 스스로 원하지 않는다. 먹을 기회가 생기면 피하진 않지만 말이다. 마시쪙 살살 녹는다!

이렇듯 음식을 먹을 때 간혹 마음이 불편해진다. 인류의 몸은 육식을 하도록 설계되었기에 고기를 먹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기를 얻는 과정은 잔인하다. 그렇다면 채식만 하는 게 정답일까? 식물 입장에선 인간에게 잡아 먹히는 걸 잔인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동물을 도축하는 것보다는 덜 잔인하므로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채식만 하면 고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를 얻지 못해 건강이 나빠지지 않는가!

이와는 반대로 생명을 취하는 행동을 재미있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소설 및 애니메이션 <<유정천 가족>>에서 인간인 벤텐이 너구리인 야사부로를 보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벤텐: 나한테 먹힐 네가 불쌍해.
야사부로: 안 먹으면 되는 게 아닌가요?
벤텐: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걸. 하지만 좋아하는 걸 먹으면… 좋아하는 게 사라지는 걸.

먹는 것은 사랑이라는 인식, 피식자의 입장을 고려한 듯 안 한 듯한 이 모순적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음식의 식재료로 희생된 생명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편해질지 모르겠다. 프로불편러가 되어 죽을 때까지 떠안고 가야 할 숙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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