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비애

Finn and Jake

불현듯 프로불편러가 되어 고찰한 후 써보는 글입니다.

한 프랑스 도축장에서 촬영된 몰래카메라 영상을 유튜브로 봤습니다. 그 영상 속에서 살아있던 새끼 양은 물건 다루듯 내팽개쳐졌습니다. 어리둥절한 새끼 양은 도구로 머리를 가격 받아 바로 뻗어버렸습니다. 그 후 거꾸로 매달려 도축당했습니다.

악어가 얼룩말을 사냥하는 영상을 우연히 봤습니다. 그 영상 속에서 악어는 얼룩말의 배를 물어뜯었습니다. 얼룩말은 달아났지만 이윽고 자신의 배에서 내장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서 죽어갔습니다.

이처럼 생물은 다른 생물의 목숨을 뺏은 후 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가축을 길들인 후 도축하여 고기를 얻듯 동물도 사냥을 통해 먹이를 얻습니다. 포식자가 피식자를 취하는 과정은 잔인합니다. 하지만 포식자가 살아가기 위해선 피식자의 생명을 취해야만 합니다.


몇 년 전 전 세계에서 도축된 닭의 마릿수는 약 600억 마리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아마 지금은 더 늘었겠지요. 1년 동안 전 세계 인구수의 약 10배가량 되는 생명이 강제로 사그라든다니! 나는 이 마릿수에 압도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나는 웬만하면 닭 요리를 스스로 원해서 먹진 않습니다. 먹을 기회가 생기면 굳이 마다하진 않지만 말입니다.

이렇듯 음식을 먹을 때 간혹 마음이 불편해지곤 합니다. 인간의 몸은 육식을 하도록 설계되었기에 고기를 먹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고기를 얻는 과정은 잔인합니다. 그렇다면 채식만 하는 게 정답일까요? 식물 입장에선 인간에게 잡아 먹히는 걸 잔인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동물을 도축하는 것보다는 덜 잔인하므로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채식만 하면 고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영양소를 얻지 못해 건강이 나빠질 테지요.

이와는 반대로 생명을 취하는 행동을 재치 있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소설 및 애니메이션 <유정천 가족>에서 인간인 벤텐이 너구리인 야사부로를 보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벤텐: 나한테 먹힐 네가 불쌍해.
야사부로: 안 먹으면 되는 게 아닌가요?
벤텐: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걸. 하지만 좋아하는 걸 먹으면… 좋아하는 게 사라지는 걸.

먹는 것은 사랑이라는 인식, 피식자의 입장을 고려한 듯 안 한 듯한 이 모순적인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화 및 애니메이션 <은수저 Silver Spoon>에서는 애정을 쏟으며 가축을 사육하지만 최후에는 고기를 얻기 위해 생명을 빼앗는 것에 대해 주인공이 의문을 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답을 작중에서 명쾌하게 제시하지 않습니다.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라 판단은 각자의 몫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정천 가족
은수저
생명에 대한 고찰을 반영한 《유정천 가족》, 《은수저 Silver Spoon》

음식의 식재료로 희생된 생명에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내 마음이 편해질지 모르겠습니다. 육식을 하더라도 고기가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되는지 아는 것과 이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것 정도면 충분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나의 이런 생각이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방증으로 여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프로불편러가 되어 죽을 때까지 떠안고 가야 할 숙제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