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페르소나 5 the Ani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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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살다 보면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타인에게 친절하고 다정한 반면 다른 누군가는 타인을 괴롭히거나 범법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이 중 후자인 사람들의 마음을 선하게 개조할 수 있다면 사회는 정의로워질 수 있을까요?

애니메이션 <페르소나 5 the Animation>은 사람의 일그러진 욕망을 단죄하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게임이 원작이며 둘 다 흑백과 붉은색의 조화와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게 특징입니다.

정의로운 마음의 도둑이 되는 걸 허락해주세요

아마미야 렌(주인공): 후훗. 정의를 관.철.한.다.!

섀도: 기대해 주십시오. 오늘 여러분들은 그토록 고대하시던 나님의 욕망을 확실하게 만나고 확인하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부우우우우우운~!!

마음의 괴도단: 개소리 집어쳐!! 모든 죄를 네 입으로 자백하게 만들겠다. 그 일그러진 욕망을 가져가겠다!

억울하게 상해죄 누명을 쓰고 도쿄로 전학을 가게 된 주인공 아마미야 렌은 부모님의 지인이 운영하는 카페 르블랑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르블랑의 주인인 사쿠라 소지로는 주인공을 보호관찰하기 시작합니다.

슈진고교 첫 등굣길에 주인공은 우연히 팰리스(Palace, 인간의 일그러진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 이세계)에 진입합니다. 그 곳에서 슈진고교의 체육 선생인 카모시다의 섀도(Shadow, 일그러진 욕망을 가진 인간이 팰리스 속에서 등장하는 형태)를 만나 그의 욕망을 전해들은 후 감옥에 갖히게 됩니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주인공은 페르소나(인간의 내면에 있는 또 하나의 자신을 실체화시키는 능력)를 각성하여 구사일생으로 팰리스를 빠져나옵니다.

이후 주인공은 정체불명의 생명체인 모르가나와 슈진고교의 동료들을 모아 마음의 괴도단을 결성합니다. 그들은 팰리스에 진입하여 섀도의 보물을 훔침으로써 어른들의 일그러진 욕망을 깨부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점점 마음의 괴도단은 대중들의 지지를 받으며 정의를 관철해 나갑니다. 더불어 주인공은 점점 트릭스터(Trickster, 신화 등의 이야기에서 신과 자연계의 질서를 깨고 장난을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인물)의 길로 나아갑니다.

수단과 결과 중 우선하는 것

보물에 눈이 멀어 환장하는 캐릭터 모르가나

마음의 괴도단의 멤버들은 모두 불우한 개인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의를 관철하려는 목적 의식이 뚜렷합니다. 그들은 과거의 부조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장일치제를 통해 상대를 찾아 개심시킵니다.

마음의 괴도단의 순수한 정의와 상대를 개심코자 하는 행동은 매우 올바르게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만을 한정해서 봤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먼저 그들은 법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의로 인간의 마음을 조종했습니다. 다행이 개심당한 인물들은 착한 성심으로 돌아왔지만 만약 괴도단이 폭주하거나 변심할 위험은 어떻게 감수해야 할까요? 그들이 만장일치제를 통해 민주적으로 행동했으니 결과를 이루기 위한 수단은 괜찮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결과가 선하다면 수단은 아무렇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요?

이런 고찰은 애니메이션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를르슈(제로)는 흑의 기사단1)을 이용하여 브리타니아 제국2)에 복수하려 합니다. 반면 그의 친구 스자쿠는 일레븐3)임에도 불구하고 명예 브리타니아인4)이 되어 에어리어 115)의 부조리를 내부에서부터 타파하려 합니다. 를르슈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황족 암살, 테러 등을 거리낌없이 행하지만 상대의 마음을 속이고 상처줄 수 밖에 없는 고뇌에 빠집니다. 반면 스자쿠는 나이트 오브 원6)이 된 후 에어리어 11을 영토로 받아 차별없는 일본을 만들려 하지만 브리타니아 제국에 억압받는 일본인들의 비아냥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처럼 를르슈는 결과를 중시한 반면 스자쿠는 수단을 중시합니다.


1) 흑의 기사단: 브리타니아에 반기를 든 무장조직
2) 브리타니아 제국: 전 세계 3분의 1 이상의 영토를 소유한 제국
3) 일레븐: 브리타니아 인들이 일본인을 부르는 명칭
4) 명예 브리타니아인: 브리타니아 인이 아니지만 브리타니아 제국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
5) 에어리어 11: 브리타니아 제국이 일본을 칭하는 명칭
6) 나이트 오브 원: 브리타니아 제국 최강의 기사인 나이트 오브 라운즈 중 서열 1등인 기사

방영 당시 화제성으로 주로 회자되었던 애니메이션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

<페르소나 5>에서는 수단과 결과의 상관관계가 온건하게 나타나지만 <코드기어스 반역의 를르슈>에서는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선한 결과가 부당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요? 잘못된 방법으로 얻은 결과에 정당성이 있을까요? 수단과 결과 중 다른 한 쪽이 크게 나은 것이라면 둘 중 한 쪽이 다소 잘못되었다해도 괜찮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건 다소 모순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훌륭한 OST but 용두사미

세련된 곡이 많이 수록된 페르소나 5 OST

메구로 쇼지의 작곡과 Lyn의 보컬 조합은 페르소나 5의 분위기에 걸맞는 배경음과 세련된 음악을 선사합니다. 특히 예고장을 보낸 후 팰리스에 잠입하면 재생되는 곡 Life Will Change는 팰리스 보스의 뚝배기(참고로 뚝배기=머리입니다.)를 깨러 갈 것이라는 분위기(?)를 잘 표현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에 새롭게 등장한 오프닝 곡 Break In To Break Out과 Dark Sun…도 주제를 잘 표현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OST에 비해 스토리와 연출이 용두사미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모두 등장인물들이 페르소나를 처음 각성하는 장면을 임팩트있게 잘 표현해냈고 마음의 괴도단이 어떻게 정의를 관철하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의 최종보스전은 힘빠진 느낌이 들며 애니메이션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초당 프레임이 저하된 듯 밋밋한 전투장면, 불안정한 작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총평

게임 <페르소나 5>를 1회차 플레이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80~100시간 정도인 걸 감안하면 스토리 분량이 워낙 방대한지라 2쿨 분량인 애니메이션을 3쿨 분량으로 제작했다면 퀄리티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페르소나 5가 못 할 만한 게임이나 못 볼 만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각기 나름대로 세련된 캐릭터 디자인과 주제의식을 머릿속에 각인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게임을 먼저 해보신 분이라면 굳이 애니메이션을 챙겨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OST는 꼭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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