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킬라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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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10년 전 쯤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시몬이 “내 드릴은 하늘을 뚫어버릴 드릴이다!!” 라고 외치며 적들을 패기있게 격파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이었는데요. 열혈물의 대명사 격이라 할 수 있는 이 애니메이션이 다시금 생각나게하는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애니메이션은 바로 애니메이션 제작사 트리거의 첫 애니메이션 <킬라킬>입니다.

애니메이션 <킬라킬>은 입으면 인간의 특수 능력을 이끌어내는 극제복과 그 원료가 되는 생명섬유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주인공의 패기로운 모습과 조연들의 병맛스러운 요소가 자연스레 녹아든 게 특징입니다. 참고로 위 일러스트에 적힌 着ル 斬ル 飢ル 鬼ル – 生キル(입다 베다 굶주리다 귀신되다 – 살다)는 모두 ‘키루’라고 읽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밝히러 온 군필 여고생(?)

마토이 류코: 이 편태도가위는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남긴 거다. 자, 말해주실까. 이 가위의 주인이 누군지!

주인공 마토이 류코는 아버지가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밝히기 위해 혼노지 학원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그곳은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극제복을 나누어주면서 학생 간의 계급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키류인 사츠키와 그녀를 보좌하는 일찐사천왕이 혼노지 학원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런 혼노지 학원에 류코는 도전장을 내밉니다.

사츠키는 류코의 아버지의 죽음과 편태도가위의 비밀을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류코가 알고자 하는 아버지의 죽음과 편태도가위 그리고 생명섬유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힘의 논리로 무장한 복고풍 작화

엄격, 근엄, 진지

키류인 사츠키: 공포야말로 자유. 군림이야말로 해방. 모순이야말로 진리. 그것이 이 세계의 진실이다! 옷에 알랑대는 돼지여. 그 진실에 굴복하라!

이 애니메이션의 주 무대인 혼노지 학원은 능력에 따라 학생들을 나누는 일종의 계급사회입니다. 학생회장인 키류인 사츠키와 사천왕이 학원에 군림하며 학생들을 능력과 성과에 따라 관리하지요. 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무성이라 불리며, 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등급에 따라 1~3성 극제복을 받습니다. 성공은 욕망을 부르고 그 욕망을 맛본 학생들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합니다. 이렇게 혼노지 학원의 학생들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킬라킬의 작화는 세련돼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애니메이션의 작화와는 꽤 다르게 보이는 개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신의(神衣) 또는 극제복을 입고 싸우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마치 애니메이션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패기있는 장면을 오마주한 느낌이 듭니다. 이렇게 복고적인 작화와 열정적인 연출을 통해 보여주는 전투장면에서 몰입감과 청량감이 느껴집니다.

긍정적인 요소들이 자연스레 녹아든 병맛열혈물

병맛을 시도 때도 없이 보여주는 캐릭터 만칸쇼쿠 마코

물론 킬라킬의 강렬한 작화와 연출만이 특징인 건 아닙니다. 병맛스러운 인물들의 행동이 킬라킬을 단연 돋보이게 만들어줍니다. 류코의 친구인 만칸쇼쿠 마코와 그녀의 가족들, 혼노지 학원에 저항하는 단체인 누디스트 비치, 그리고 일부 캐릭터의 궁상맞고 정신나간 행동을 보고 있자니 진지한 상황에서 얼이 빠질 정도입니다. 이들은 자칫 암울하게 진행될 수 있는 스토리를 무겁지 않게 이끌어줍니다.

또한 여러모로 던진 떡밥을 적절한 시점에 착실하게 회수하여 스토리가 너무 느슨하거나 급격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다잡아줍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트리거의 첫 애니메이션 킬라킬은 이런 점에서 훌륭하다할만 하겠습니다. 여담이지만 그 다음 트리거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전작에서 가능성을 보여줬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총평

신의를 입고 변신하는 장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개성있는 작화, 무거운 스토리를 무겁지 않게 이끌어주는 병맛 요소, 적절한 떡밥 투척과 회수 등 모든 요소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요 세계관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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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노지 학원

혼노지 학원은 키류인 사츠키가 만든 실험도시입니다. 이곳에서 생명섬유 내성이 강한 10대 청소년에게 극제복을 강제로 지급하여 극제복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혼노지 학원의 표면적인 목표는 관서 지방의 학원을 굴복시키기 위함이었으나…

혼노지 학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사츠키의 어머니인 키류인 라교를 굴복시키기 위함입니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죽게 만든 라교에게 복수하기 위해 사츠키는 사천왕을 영입하고 혼노지 학원을 설립한 것입니다.

생명섬유

생명섬유는 인간의 특수 능력을 이끌어내는 섬유입니다. 이를 일정 비율 함유하여 극제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생명섬유를 일정 비율 이상 함유하면 극제복을 일반인이 제어할 수 없게 됩니다. 생명섬유로만 만들어진 옷은 신의(神衣)라고 부르며 작중에서 류코와 사츠키 그리고 라교만이 입을 수 있습니다.

생명섬유의 정체는 바로 지적 생명체의 신경 전류를 먹으며 번식하는 외계 생명체입니다. 생명섬유는 인류의 진화를 촉진시켰으며 인류에게 착의하는 습관을 남긴 채 긴 침묵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작중 시점 20년 전에 라교가 원초생명섬유와 접촉한 뒤 활동을 재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토이 잇신의 정체

류코의 아버지인 마토이 잇신의 본명은 키류인 소이치로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키류인 라교의 배우자이자 키류인 사츠키의 아버지입니다. 즉 류코와 사츠키는 서로 친자매인 것이지요.

그는 라교가 둘째 아이를 생명섬유 융합 실험체로 동원하자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여 둘째 아이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이 때문에 류코는 육체와 생명섬유가 결합되었습니다. 소이치로 본인도 사고사로 위장한 후 마토이 잇신으로 개명하여 생명섬유 연구에 매진합니다. 그 결과 생명섬유에 대항할 신의(神衣) 선혈을 만들어 냈지만 하리메 누이에게 살해당합니다.

편태도가위의 정체

편태도가위는 마토이 잇신이 생명섬유의 생명을 잘라버리기 위해 만든 가위입니다. 마토이 류코가 가진 반쪽과 하리메 누이가 가진 반쪽을 합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누디스트 비치

누디스트 비치는 마토이 잇신이 라복스(RAVOCS) 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레지스탕스 조직입니다. 마토이 잇신이 가진 특허권으로 전 세계의 기업으로부터 돈을 긁어 모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누디스트 비치의 조직원들은 자신을 생명섬유의 지베에 맞서 싸우는 알몸의 전사들이라고 부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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