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달링 인 더 프랑키스

비익조라는 상상 속의 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한쪽 날개와 한쪽 눈만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혼자서 날 수 없지만 자신의 짝을 찾아 한 몸이 되면 하늘을 날 수 있는 새입니다. 서로 애정이 깊은 남녀 또는 부부를 비유하는 단어로 쓰이는 표현이지요.

애니메이션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인류가 인간형 병기 프랑크스를 사용하여 인류의 위협이 되는 적을 격파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주요 설정을 새에 빗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프랑크스라는 병기는 소년 및 소녀 한 쌍이 탑승하여 서로 동기화되어야 작동한다는 설정에 비익조를 차용한 게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보육시설이라는 새장에 갇혀 전투를 강요받는 설정이나 아동 수용시설을 새의 둥지라고 부르는 설정은 아이들이 구속되어있는 상황과 인위적으로 키워지고 있음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아이들

히로(주인공), 제로 투(히로인): (비익조란 이름의 새다. 그 새는 한쪽 날개만 있어서 수컷과 암컷이 한 쌍으로 있어야 하늘을 날 수 있는 불완전한 생물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삶의 방식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버렸다.) – 15화

주인공 히로는 한때 능력 있는 패러사이트(프랑크스에 탑승하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 후보자였지만 지금은 테스트에 낙제하여 프랑크스에 타는 걸 체념한 소년입니다. 숲을 거닐다가 한 호수를 발견한 히로는 우연히 수영을 하던 제로 투를 만납니다. 제로 투는 갑자기 히로의 혀를 핥더니 두근두근거리는 맛이라고 평가하고는 이내 그와 헤어집니다.

다른 아이들의 입대식 날, 히로는 플랜트 선(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교통수단)을 기다리던 중에 규룡(인류를 습격하는 생명체)의 습격을 받습니다. 이에 도시와 다른 아이들이 위험에 처합니다. 제로 투는 파트너와 함께 스트렐리치아(제로 투가 탑승하는 프랑크스)로 규룡을 격파하려 하지만 파트너의 체력이 급격히 고갈돼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됩니다. 때마침 근처에 있던 히로는 제로 투에게 스트렐리치아 탑승을 요청하고 이를 허락한 제로 투는 히로와 함께 규룡을 쓰러트립니다.

이후 히로는 여러 번 제로 투와 함께 스트렐리치아에 탑승합니다. 제로 투와 함께 탑승했던 파트너는 노화가 급격히 진행돼 체력이 급격히 소진 돼지만 히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히로와 제로 투 사이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요…?

탄젠트 그래프처럼 발산하는 급전개

새까만 숲 속에 있던 강하고 아름다운 괴물 공주는 달빛에 이끌려서 인간의 나라를 헤매다가 작은 성에 있는 정원에서 한 왕자님을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공주는 괴물의 아이. 등에는 회색 날개가 있었다. 괴물 공주는 고민 끝에 숲 속 한 구석의 마녀에게 물었다. 인간으로 살고 싶다고. 그 사람과 맺어지고 싶다고… 그러자 마녀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 너의 날개와 맞바꿔 줄게. 하지만 기억해 두렴.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괴물인 너는 언젠가 왕자의 목숨을 잡아먹게 될 거야. – 동화책 <괴물과 왕자님 이야기>

애니메이션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로 진입할뻔한 인류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왜 아이들을 시켜 규룡을 물리치도록 하는지, 인류는 왜 플랜테이션이라는 거주시설에서만 살아야만 하는지, 규룡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 인류의 세계관과 관련된 흥미로운 설정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를 적절한 시기에 풀어 나가는 전개 방식은 추후 결말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0화 이후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가 급전개 돼버린다는 것입니다. 20화부터 새로운 세력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사건의 범위가 엄청 커집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이 총 2쿨(24화) 분량인 탓인지 던져진 떡밥을 남은 화수만에 정리하려다가 사건의 진행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집니다. 참 뜬금없습니다. 마치 처음엔 완만히 증가하는 듯하다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탄젠트 그래프를 보는 것 같습니다.

x값이 π/2(90도)에 가까워질 때 y값은 무한대로 급격히 발산하는 탄젠트 그래프를 닮은(?)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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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명작이 될 기질을 지닌 애니메이션이었으나 완급조절을 하지 못해 이를 날려버린 애니메이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일상과 러브 라인에 치중한 모습이 자주 보이기 때문에 거대로봇물(메카물) 장르로써의 비중이 낮아 보입니다. 전투 장면도 특출 난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지루해서 거대로봇물로써의 특징도 뛰어나지 않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