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카이 마코토 감독 《날씨의 아이》 무대인사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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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9년 10월 29일 16시 40분 용산 CGV 아이맥스에서 《날씨의 아이 》를 관람한 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무대인사가 있었습니다. 용산 CGV 아이맥스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영화감독 무대인사에 가보는 것도 처음이어서 감회가 무척 새로웠습니다. 특히 OST <그랜드 이스케이프>가 들려오는 장면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용아맥 용아맥 그러는지 단번에 알게 됐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관객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적어보겠습니다.

주의! 《날씨의 아이》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무대인사

신카이 마코토: 안녕하세요. 신카이 마코토입니다. 오늘 여러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연예인 만난 기분이다! (......) 뒷좌석이라 사진이 영 좋지 않게 나오네요...

신카이 마코토: 무대와 객석이 너무 가까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3년 전에 《너의 이름은.》으로 한국에 왔었는데요. 《너의 이름은.》보신 분 얼마나 계세요? 손 한번 들어주세요. (관객들의 반 정도가 손을 들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사합니다. 3년 전에 이렇게 여러분들을 만났을 때 제가 3년 뒤에 신작을 가지고 꼭 오겠다고 여러분과 약속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이 오늘 실현돼서 매우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두 시간이나 되는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매우 감격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사회자: 《날씨의 아이》가 일본에서 굉장히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요. 올해 개봉한 작품 중에 흥행 1위를 기록했고 역대 일본 영화 중에 흥행 7위 기록을 갱신하고 있고요. 그리고 《너의 이름은.》이후 3년 만에 100억 엔을 돌파한 영화는 날씨의 아이가 처음인 상황입니다. 감독님께서는 이렇게 전 세계 관객분들을 만나고 계시는데 소감이 어떠신지 여쭤보겠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제가 사실 가장 오고 싶었던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때부터 계속 한국을 찾고 있고요. 한국에 계속 오니 친구들도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아주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이번 여러 가지 문제(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 관련)도 있어서 상영 일자가 사실 연기가 됐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진짜 한국에 갈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했었는데요. 이렇게 올 수 있게 되어서 굉장히 기쁩니다.

사회자: 그리고 질문에 앞서서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되신 계기와 마음에 대해서 마지막 질문을 듣고 관객분들 쪽으로 마이크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중 하나는 최근 날씨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실감할 일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여름이 되면서 폭우가 오는 날이 많이 늘었고요. 물난리가 많이 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기후 변동에 대해 많이 느끼고 계신가요? (약간 웃음 짓는 관객들의 반응)

신카이 마코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지구가 어떤 의미에서는 미쳐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미쳐있는 세계 안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영화를 만들면서 이를 이 영화의 테마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그리고 또 한 가지 계기는 지금 이 사회와 이 세계를 살아가면서 항상 누군가가 무언가 때문에 희생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히나는 하늘을 맑게 함으로써 본인을 희생시키잖아요. 사실 이것은 영화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우리들 사회 속에서도 항상 누군가가 희생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이 그것을 못 본 척하면서 지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나 세계 속에서 주위 사람들이 아무리 그것은 아니다, 법률 위반이다, 나쁜 일이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자기가 가장 소중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지키고 싶은 소중한 사람은 너야!"라고 외치고 싶은 주인공들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영화를 보시고 즐겨주셨다면 저는 기쁘게 생각합니다.

관객 질문

사회자: 이제 질문을 받을 예정인데요. 한 분당 하나 씩만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한국어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일본어로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웃음 짓는 관객들. 《너의 이름은.》 국내 무대인사 때 일본어로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음에도 한 관객이 일본어로 질문한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오늘 영화에 대해서 묻고 싶은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정치적인 이야기나 외적인 이야기는 삼가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

관객 1: 제가 감독님의 영화를 봤을 때 배경이나 자연 등 이런 것에 대해서 관객들과의 감정 등을 공유하고 끌어내신다는 걸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자연현상이나 배경, 풍경, 분위기를 영화에 많이 사용하시는 이유와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이렇게 들어보니 굉장히 젊은 관객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제가 여러분처럼 20대 초반 정도였을 때 회사생활을 했었는데요. 그때 일이나 인간관계가 매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전철을 타고 회사를 오고 다닐 때 풍경이 굉장히 어둡고 흐리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역으로 풍경을 아름답게 그려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기분을 맑고 밝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서 애니메이션 속에서 그렇게 만드는 풍경을 쓰게 되었습니다. 원하시는 대답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배경, 풍경 하면 아무래도 먼저 생각나는 감독...

두 번째 질문

신카이 마코토: 티셔츠… 유니클로… (크게 웃는 관객들. 두 번째 질문을 하신 분께서 일본 유니클로에서 판매했던 《날씨의 아이》 컬렉션 티셔츠를 입고 오셨습니다.)


질문하신 관객 분이 입고 오신 티셔츠

관객 2: 이번 작품에서 도쿄가 잠긴 후 호다카가 할머니를 만나는데요. 쿠미히모(일본식 끈)가 할머니 팔목에 있던 것 같은데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분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굉장히 잘 알아보셨네요. 마지막에 타키(《너의 이름은.》의 남 주인공)의 할머니가 도쿄는 원래 바다였다는 말씀을 해주셨잖아요. 할머니의 손목에 사실은 《너의 이름은.》에 나온 쿠미히모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타키와 미츠하(《너의 이름은.》의 주인공들)가 결혼을 해서 미츠하가 타키의 할머니에게 쿠미히모를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쿠미히모를 그려 넣었습니다. (감탄하는 관객들)

신카이 마코토: 날씨의 아이 안에 타키와 미츠하가 나왔는데 다들 알아보신 분 계세요? (웃으면서 동의하는 관객들)

신카이 마코토: 감사합니다. 《날씨의 아이》에 타키와 미츠하를 출연시킨 것은 물론 제가 원했던 것도 있지만 한국 여러분 덕분입니다. 《너의 이름은.》 때에 300만 명 돌파했을 때 한 번 더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한 번 더 한국에 왔었잖아요. 그때 이렇게 Q&A를 할 때 한국 관객 분이 다른 작품에서도 타키와 미츠하를 꼭 보고 싶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놀라는 관객들)

신카이 마코토: 그때 제가 "알겠습니다. 아주 조금일 수도 있고 어쩌면 뒷모습 일수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꼭 넣겠습니다."라고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너무 많이 나오게 됐네요.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세 번째 질문

신카이 마코토: 질문을 남자분들만 하시네요…

관객 3: 안녕하십니까. 우선 남자라서 죄송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아닙니다 아닙니다!!!) 스토리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어서 이렇게 감독님과 마주 보게 됐습니다. 후반부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호다카가 폐건물로 히나를 구하러 가는데 스가와 마주치잖아요. 스가는 원래 호다카에게 그만 하라고 제지를 하는데 나중에 호다카가 총을 쏘고 경찰이 오니까 마음이 바뀌어서 호다카를 도와주게 됐는데 만약 호다카가 총을 쏘지 않았다면 스가가 마음을 바꾸지 않고 경찰에게 협력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음… 어떨까요…? (웃는 관객들) 그날 비가 많이 와서 밤에 스가가 나츠미와 술을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죠.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소중한 것에 순서를 뒤바꿀 수 없게 되더라." 기본적으로 스가는 호다카보다 나이를 먹은 어른이기 때문에 본인의 딸과 생활을 더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때 폐건물 안에서 총까지 쏘며 나는 한 번 더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라며 울면서 외치던 호다카의 모습을 보면서 한 순간 스가는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스가의 마음속에서 중요한 것의 순서가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어쩌면 호다카가 총을 쏘지 않았더라면 스가가 어떤 식으로 반응을 했을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저도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감정의 유연성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호다카 같은 청년에게 그러한 힘을 얻어서 저도 새로운 가치관을 생각하게 되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씬을 만들어 냈습니다. 잘 대답하지 못했지만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

네 번째 질문

사회자: 시간이 많지 않아서 질문 하나에서 두 개 정도만 더 받겠습니다. 앞에 예고한 대로 여성 관객분의 질문을 받겠습니다.

관객 4: 예전엔 감독님의 기본 정서가 고독함이나 쓸쓸함이 깔려있다고 느꼈었는데 《별을 쫓는 아이》 쯤부터 약간 과도기처럼 변한 느낌이 들었고 《너의 이름은.》 부터는 굉장히 긍정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의 작품 세계에 깔려있는 정서가 변하신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일본 관객분들 중에 일부 분들은 프로듀서에 따라서 바뀐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웃는 관객들) 그런 이유는 아니고요. 사실 인간이기 때문에 계속 변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10년 전에 제가 《초속 5센티미터》를 만들었을 때와 지금의 저는 전혀 다른 인간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변화해나가는 것과 똑같이 관객인 여러분들도 변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영화라는 것은 사실 관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에 저는 관객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면서 다음 작품에 대해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변함에 따라서 사회도 조금씩 변해 가고요. 그러면 제가 만들고 싶어 지는 영화가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그러한 변화가 10년 사이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2011년에 지진(일본 도호쿠 지방에 발생한 대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큰일이 생기고 나면 관객들도 변하고 저도 변하게 됩니다. 그러한 식의 변화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날씨의 아이》를 먼저 본 후 《초속 5센티미터》를 보면 보다가 체할 것(?) 같습니다. 배경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요...

다섯 번째 질문

관객 5: 《언어의 정원》 이후 판타지적인 요소를 많이 쓰시던데, 《너의 이름은.》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고, 《날씨의 아이》에서는 하늘을 날고 비를 그치는 요소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언어의 정원》처럼 현실적인 드라마를 기획하실 건지 아니면 판타지적인 상황으로써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다음 작품은 현재 완전히 백지상태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편 더 정도는 《너의 이름은.》이나 《날씨의 아이》처럼 온 세상 전체를 다 말려들게 하는 이야기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함 속에서 비일상적인 사이언스 픽션이랄까 사이파이(SF, 사이언스 픽션) 같은 것을 넣을 것인지 넣지 않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이런 판타지적인 것을 만들고 제가 좀 더 속이 시원해지면 그때 가서 《초속 5센티미터》나 《언어의 정원》과 같은 것을 만들려고 생각을 하지만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질문 이후

관객들과 기념사진 촬영 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샤이니 종현을 추모하며 무대인사는 끝났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MBC 라디오 FM4U ‘푸른 밤 종현입니다’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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