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알못 《호시아이의 하늘》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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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even in an ever-changing world, only the starlit sky will not change.
늘 변하는 세상에서도, 별빛 하늘만큼은 변치 않을 것이다.

저는 볼만한 애니메이션을 고를 때 스포츠 장르를 2순위(?)로 배제하는 편입니다. (1순위는 따로 있습니다.) 스포츠 자체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스포츠 경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스포츠 장르에 자주 등장하는 약한 선수(팀)가 성장하여 승리를 거머쥐는 클리셰도 진부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호시아이의 하늘》도 이런 클리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흔한 성장물이겠거니 하며 시험 삼아 1화를 보다가 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본 순간 끝까지 보게 돼버렸습니다.

애니메이션 《호시아이의 하늘》은 폐부 위기에 몰린 중학생 소프트 테니스 부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입니다. 파스텔 풍의 화사한 작화는 가볍고 따뜻한 애니메이션 같아 보이지만 그 내면엔 심오하고 차가운 이야기가 깔려 있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속았다거나 적잖이 불쾌해하실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러나 이것이 제게 이 애니메이션을 보게 해 줬을 뿐만 아니라 짠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소프트 테니스 부에 입부한 양민학살자


주인공인 카츠라기 마키. 주특기는 요리, 발리 그리고 바퀴벌레...?

미츠에 카나코: 왜 엘리베이터 안 타?
카츠라기 마키(주인공): 기다리기 귀찮잖아.
미츠에 카나코: 8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게 귀찮지 않나?

시조 미나미 중학교의 남자 소프트 테니스 부. 이 부원들은 여성 테니스 부와 연습 경기를 진행하지만 부장인 신조 토마를 제외하곤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지 않습니다. 결국 한 점도 따지 못한 채 시시하게 연습경기를 끝냅니다. 그럼에도 부장을 제외한 부원들은 위기의식이 전혀 없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상대를 어떻게 이기냐며 패배의식에 젖어있을 뿐입니다.

이후 학생회장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아리의 존속에 의문을 제기하며 성과에 따라 활동비를 지급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로 인해 소프트 테니스 부의 폐부를 막기 위해 토마는 대회에서 적어도 1승을 따기 위한 고뇌에 쌓이게 됩니다. 이때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였던, 주인공 카츠라기 마키가 시조 미나미 중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고 그의 재빠른 반사 신경을 본 토마는 그를 소프트 테니스 부로 입부시키기로 마음먹습니다.

토마는 마키에게 소프트 테니스 부에 입부할 것을 권유합니다. 그러나 마키는 흥미가 없다며 이를 거절합니다.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토마는 마키에게 유니폼과 라켓을 준비해주겠다고 하지만 마키는 오히려 돈을 주면 입부하겠다며 토마가 더 이상 권유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러자 토마는 매달 지급하는 돈에 성과급까지 얹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이에 벙찐 마키는 아무 말도 못 하지만 토마는 이를 동의한 것으로 보고 그에게 테니스 라켓을 선물합니다.

결국 마키는 소프트 테니스 부에 입부하여 부원들과 함께 연습을 시작합니다. 부원들에게 팩트 폭력도 서슴지 않는 마키는 부원들과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가 온 이후 소프트 테니스 부는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과연 소프트 테니스 부는 대회에서 적어도 1승을 거머쥐며 폐부를 면할 수 있을까요?

여담으로 소프트 테니스를 해보지 않은 마키가 부원들을 양민학살할 수 있었던 이유, 즉 본인의 반사 신경이 뛰어난 비결이 쇼콜라 덕분이라고 합니다. 쇼콜라는 초콜릿을 뜻하는 프랑스어이자 마키가 바퀴벌레를 친근하게 부르는 명칭입니다. 아마 쇼콜라의 색깔이 바퀴벌레와 비슷해서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딥 다크 가정잔혹사


이제 그만 일해라절해라(?) 할 때도 됐는데...

아스카 유타: 세상엔 둘 중 하나만 정해야 하는 것들 투성이고 정하지 않으면 불편하니까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뭐가 되고 싶은 걸까 싶어.
카츠라기 마키: 나도 그래. 살아있다는 위화감을 느끼니까.

아직 실력이 충분하지 못한 테린이(?)답게 마키는 정공법 대신 상대의 허점을 찌르는 전략을 택합니다. 이에 마키는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고 분석함으로써 부원들을 이끌고 경기 도중에 탁월한 전략을 생각해냅니다. 마키의 이런 전략과 파스텔로 그려 넣은 듯한 작화는 부원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화사하게 수놓습니다.

그러나 부원들의 가정사를 보여주는 장면에선 가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입양아, 이혼, 한부모 가정 등에서 일어날 수 있거나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을 화사하게 그려놓은 작화를 통해 보면 이질감이 느껴지곤 합니다. 가정이 불우해서 소프트 테니스를 하는 건지, 소프트 테니스를 하기에 가정이 불우해지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무거운 이야기가 깔려 있는 구성이 긴장감을 절대 놓치지 않게 한다는 점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에게 이런 구성은 상당히 불쾌하게 다가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지막 화(12화에서) 이런 구성의 정점을 찍습니다. 정말 매우 충격적입니다…

총평

신조 토마: 모사꾼이구나, 너.
카츠라기 마키: 다행이다. 사기꾼이 아니라서.

밝고 화창한 외면을 드러내지만 그 속에 두려움과 분노를 숨겨놓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 마키의 살짝 능청스러운 모습이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가족관계, 입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을 사춘기 소년들의 시선을 통해 잘 고찰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야기가 12화에서 미완결로 끝난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애니메이션 감독(아카네 카즈키)의 트위터에 의하면 24화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12화로 변경되어 어쩔 수 없이 24화 분량 중 절반만 방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반드시 나머지 분량을 방영해야지만 제대로 된 완결이 나겠지만 언제 후속 편이 나올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괜찮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지만 섬뜩하게 미봉된 이야기를 앞으로 어떻게 매듭지을지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점점 부정적으로 변모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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