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알못 《데카당스》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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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모든 옳고 그름, 혹은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란 게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있다고 한다면 시스템에 반하는 것들은 무조건 배제되어야 하는 게 맞을까요? 흔히 프로그래밍(코딩) 도중 발생하는 버그는 무조건 옳지 않은 것일까요?

애니메이션 《데카당스》는 거대 이동 요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미지의 생명체와 싸우는 모습을 그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입니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현실세계에 로그인한다는 설정이 참신했으며, 삶이란 무엇인지 방황하는 주인공과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고수하려 하는 히로인이 서로를 구원해주는 이야기가 돋보이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3000미터 크기의 메카닉 주먹엔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원펀맨 메카닉 버전(?)

카부라기(주인공): 우린 지금껏 시스템의 명령을 실행하며 살아왔어. 하지만 그게 정말 살아있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데카당스에서 살아가는 히로인 나츠메는 미지의 생명체 가돌과 싸우는 전사인 기어가 되기 위해 입대 신청을 했지만 입대 허가 통지서가 오지 않아 좌절하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데카당스의 장갑 수리공이 되어 주인공 카부라기의 밑에서 일하게 되지만 신입이라는 이유로 장갑을 청소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가돌 무리가 데카당스 앞에 나타난 어느 날, 나츠메와 카부라기는 데카당스의 장갑을 청소하다가 발생한 사고 때문에 전투장소로 휘말리게 됩니다. 카부라기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나츠메를 몸에 메달며 소형 가돌들을 도륙하기 시작합니다. 소형 가돌들이 전멸한 후 데카당스는 초대형 가돌을 원 펀치(?)로 날려버립니다.

이후 나츠메는 카부라기를 설득하여 가돌과 싸우기 위한 기술을 배워나가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장갑 수리공인 카부라기는 어떻게 다른 기어들도 놀랄 만한 가돌 사냥 실력을 지니게 된 것일까요? 그리고 인류의 유일한 거주 장소인 데카당스는 어째서 희망, 재기, 번영 등이 아닌 아닌 쇠퇴(Decadence)라는 뜻을 지니게 된 것일까요?

고이면 썩게 돼있다.


히로인인 나츠메(좌)와 주인공인 카부라기(우)

질: 불확실성에서 비롯되는 뭔가를 무시할 수는 없어요. 거기에 새로운 뭔가가 있을지 모르니까.

지금까지 봐왔던 애니메이션들은 대부분 세계관의 중심이 되는 설명을 이야기 후반부에 제시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단 2화 만에 설명해버립니다. 이런 배치는 이야기가 결말로 진행될 때까지 긴장감 없이 전개될 수 있지만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장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시점을 통해 이야기 초반에 알게 된 데카당스의 비밀을 히로인이 언제쯤 알게 될지 기대가 되어 나쁘진 않았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기를 포기하고 시스템의 지시만을 따르는 이들과 달리, 부조리하다고 판단한 시스템을 깨부수려는 주인공과 그를 통해 세계의 진실을 깨닫고 이에 동조하는 히로인의 이야기에서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누구든지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구절이 등장하는 소설 《데미안》이 오버랩됩니다. 또한 획일화된 시스템에서는 창의적인 것이 나올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선 버그 같이 예외적인 것들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목이 데카당스(DECA-DENCE)인 이유도 변화를 거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제목 그대로 쇠퇴(Decadence)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역시 고인 물은 썩기 전에 흐르게 해줘야…(?)

게다가 여러 가지 생명에 대한 고찰을 하도록 하기도 합니다. 전신이 기계화된 사이보그에게 자유의지가 존재하는가? 의식은 데이터화될 수 있는가? 고철이 돼버린 사이보그를 백업 데이터를 사용해 되살렸다면 이걸 정말 살렸다고 볼 수 있을까? 감독의 인터뷰에 의하면 사이보그들은 약 200년가량 살 수 있다는데 이런 방식으로 영생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렇게 되살린 사이보그를 죽기 전 사이보그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까? 등등 말입니다.

총평


아항~ 뿅 가 죽네~~ (......)

카부라기(주인공): 시스템은 누군가를 구원하지 않아. 다만 현상의 결과를 반영하며 바뀌어갈 뿐이다.

개인적으로 2020년 3분기에 종영한 애니메이션들 중 가장 뛰어난 이야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시기에 방영한 애니메이션 《갓 오브 하이스쿨》의 액션 씬이 워낙 사기급으로 뛰어나서 그렇지 이 애니메이션의 전투 씬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과 히로인의 드라마를 통해 주제의식을 뚜렷이 보여준 것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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