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와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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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아티스트 Sereno의 앨범 The Serenade의 커버 이미지

작년만큼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했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매일 퇴근 후 피아노 학원에 가서 1시간씩 연습하며 주 1회씩 레슨도 받았더니 베토벤 월광 소나타 3악장까지 어찌어찌(?) 연주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의욕이 넘쳐 학원 선생님께 쇼팽 에튀드까지 레슨을 부탁드렸더니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제동을 거신 적까지… 선 넘네

집에선 디지털 피아노로 매일매일 암보 연습을 했습니다. 디지털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는 서로 터치감이 너무 다른데요. 셈여림을 표현하지 않아도 좋게 들리는 디지털 피아노와 달리 업라이트 피아노는 디지털 피아노에 비해 악상 표현에 민감합니다. 그래서 피아노 학원에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로 주로 악상 연습을 하고 집에 있는 디지털 피아노로 주로 악보를 읽거나 외우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2020년) 12월에 시행된 코로나 19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따른 집합 금지로 인해 피아노 학원이 3주 간 휴원 하게 되었습니다. 피아노 학원에서 더 이상 연습을 할 수 없게 되자 매일 피아노를 연습하던 습관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게다가 연말에 많이 몰린 업무로 인해(2020년엔 코로나 19 때문인지 유난히 비정기적인 업무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집에서 디지털 피아노로 연습할 시간마저 없게 되니 약 한 달간 피아노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2021년) 1월부터 다시 피아노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집에서도 피아노 연습을 시작했으나 한 달간 피아노 연습을 하지 못한 후유증은 생각보다 컸습니다. 피아노 연습을 하지 않다가 다시 꾸준히 하려니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한 채 다음 날로 다음 날로 계속 연습을 미룬 건 다반사요, 악보 없이 잘만 연주했던 곡들은 머릿속에서 악보가 지워진 탓에 연주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익숙했던 곡들조차 악보를 보면서 더듬거리며 연주하게 돼버리자 악보를 다시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굉장히 찝찝해지고, 그럴수록 점점 피아노를 마주하지 않게 돼버립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팔의 힘을 빼는 것. 그러다 보니 기분 좋게 연주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한 달간 피아노를 반강제적으로(또는 노력이 부족해서?) 연주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피아노를 배운다는 것은 평생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방제인 백신을 맞아 병에 걸리지 않게 하듯, 곡을 주기적으로 연습하여 언제든 곡을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도록 관리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맞아야 하는 백신의 종류가 많아진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악보를 굳이 외우려 노력할 필요가 있는지 회의감도 듭니다. 예전엔 암보를 위해 부단히 연습한 적이 있었으나 남들 앞에서 연주할 때라면 몰라도 저는 그럴 일이 거의 없으니 말입니다. (……) 연습하다 보니 저절로 암보가 되었다면 좋지만 굳이 암보를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은 다시 피아노에 흥미를 붙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반드시 연주해보리라 마음먹으며 연습했던 쇼팽 발라드 1번은 (아직 숙련도 있게 연주할 수 없다는 건 차치하고) 2분의 1 가량 악보를 익혔었지만 지금은 다시 4분의 1 가량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다시 틈틈이 악보를 보며 익히고는 있지만 제가 연주하고자 하는 곡들 중 최종 보스인 격인지라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여담으로,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에 선별 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고 근무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보호안경에 차는 습기는 시야를 방해하고, 옆 쪽을 봐야 할 때 고개를 돌릴 수 없으니 허리를 돌려야 하는 것과 더불어 몸이 가려울 때 긁을 수 없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방호복을 매일 입으며 근무하시는 분들이 너무나 존경스럽습니다. 더불어 코로나 19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보고 계신 분들이 안쓰럽습니다. 슬슬 접종이 시작될 코로나 19 백신을 통해 하루빨리 코로나 19 상황이 종식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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