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알못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 사용기

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터치가 되지 않는 고통에서 드디어 해방!

흔히 애플 제품은 2세대가 진리라는 얘기가 회자되곤 합니다. 1세대 제품의 부족했던 점들을 2세대 제품이 대부분 보완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몸소 경험한 바에 의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10년 전에 구입했던 아이패드 2를 지금까지도 듀얼 모니터 용으로 굴리고 있는 걸 보면 애플의 2세대 제품은 진리인가 싶다가도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세대 제품을 보면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세대는 2세대 답게(?) 두 가지 고질병이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터치가 되지 않는 병과 스마트 키보드를 점점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병인데요. 화면을 스크롤하다가 먹통이 돼버리는 경우가 한두 번도 아니고 어찌나 답답하던지… 기기를 초기화하면 멀쩡해져서 리퍼를 거절당하기도 했습니다. 더 짜증 났던 건 초기화한 후 앱 몇 개만 깔아도 병이 재발한다는 것입니다. 스마트 키보드도 쓰다 보면 에러를 뿜뿜 하다가 어느 순간부턴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돼버립니다. 그 이후부턴 값비싼 거치대로 사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세대는 2세대이므로 결함이 두 가지 존재한다???

그래서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4세대를 사볼까 고민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4세대는 3세대와 스펙 차이가 크지 않을뿐더러, 그렇다고 3세대를 사자니 몇 년 전 제품을 지금 사기엔 애매한 것 같아서 그냥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M1 칩과 mini LED를 탑재한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4년 만에 아이패드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터치가 되지 않아 느끼는 짜증스러움으로부터 해방되었습니다!

배송을 받자마자 바로 느낀 점은 ‘작고 아담해졌구나!’ 홈 버튼과 태평양 같은 베젤이 사라지니 12.9인치 제품을 샀음에도 마치 11인치 제품을 산 것 같았습니다. 11인치 제품을 샀더라면 아이패드 미니를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까요(?)

왜 샀냐 하면… M1과 mini LED

이번 아이패드를 구입한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M1 칩입니다. M1 칩은 2020년 말 M1 맥북 에어가 공개되면서 인텔 맥북을 뚜까 패버리는 성능을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요. 노트북에 사용되는 칩이 아이패드에 들어오다니, 게다가 M1 칩과 더불어 아이패드에 매번 빡빡하게 들어가던 램이 대폭 늘어나다니! 이 덕분에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는 직전 세대 아이패드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며, 심지어 제가 쓰고 있는 맥북 프로보다도 벤치마크상 차이가 많이 나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M1 칩의 성능을 제대로 사용하게 해 줄 iPadOS 15의 기능들을 WWDC 2021에서 기대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후반부에서 얘기해보겠습니다.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의 긱벤치 5 점수
현재 사용 중인 맥북 프로 15인치 2018년 기본형의 긱벤치 5 점수
다른 태블릿 기기들의 성능을 뚜까 패버리는 성능!

그다음으로 구입하게 된 요인은 mini LED입니다. mini LED는 LCD의 명암비를 개선하기 위해 스크린을 여러 개의 로컬 디밍 존으로 나누어 구성한 디스플레이입니다. LED의 일부분을 켜거나 끔으로써 LCD에 비해 훌륭한 명암비를 보여주는데요. 아래 사진을 통해 LCD는 검은 배경을 약간 밝게 보여주는 반면, mini LED는 검은 배경을 거의 완벽한 검은색으로 보여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ini LED는 로컬 디밍 존으로 구성된 탓에 블루밍 이슈가 뒤따라 온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mini LED를 사용하는 디스플레이에서 로컬 디밍 존을 무한정으로 늘릴 수 없기에 크기가 작은 픽셀 주변이 밝게 빛나는 블루밍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다행히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는 사용하기 거슬릴 정도로 블루밍 현상이 심하지 않습니다. 암실에서 화면 밝기를 최대로 했을 때 블루밍 현상이 눈에 띄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할 땐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블루밍 현상이 있더라도 거의 완벽한 블랙을 표현할 수 있는 명암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세대의 LCD. 배경이 약간 밝은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의 mini LED. 배경이 거의 완벽한 검은색으로 보입니다. 사진으론 블루밍 현상이 심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저렇게 보이진 않습니다.

편한데 불편한 매직 키보드

아이패드 프로용 매직 키보드는 구입할 생각이 없었지만 밖에서 키보드 없이 아이패드를 쓰기에 너무 불편해서 결국 구입했습니다. 44만 9천 원이라는 키보드 치고 너무나 비싼 가격과 예전에 쓰던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세대 스마트 키보드의 내구성 때문에 구입을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애플 리셀러 매장에서 매직 키보드를 만져보며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커넥터에 너무 세게 달라붙던 스마트 키보드와 달리 매직 키보드는 커넥터에 부드럽게 달라붙는 걸 보면 내구성은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이전에 쓰던 스마트 키보드가 망가졌던 이유는 아이패드와 스마트 키보드를 여러 번 강하게 탈부착하면서 생긴 커넥터 손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단 매직 키보드는 비싼 값을 합니다. 그리고 너무 무겁습니다. 심지어 아이패드보다도 무겁습니다. 아이패드를 지탱하기 위해 무겁게 설계된 것 같지만, 콘텐츠 소비가 위주인 태블릿이 키보드를 장착하면 맥북 에어보다 무겁다니! 쓰기엔 편한데 들고 다니기엔 너무 묵직해져서 불편하네요…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 매직 키보드 가격 = 아이패드 8세대 32GB 가격
이렇게 세로로 거치해서 쓸 수’는’ 있습니다.
이렇게 키보드를 분리하지 않고도 필기를 할 수’는’ 있습니다. (……)

총평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는 M1 칩셋과 mini LED 둘 중 하나만으로도 살만한 태블릿 컴퓨터입니다. 동영상 편집 같은 고성능의 작업을 한다면 M1 칩셋 덕분에 직전 세대 아이패드 프로보다도 성능 체감이 가능하며, 다크 모드 같이 검은색 화면을 띄워놓는 걸 좋아한다면 mini LED 덕분에 아주 만족스러운 제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이번 아이패드를 구입한 후 WWDC 2021에서 공개될 iPadOS 15에서 아이패드를 좀 더 PC처럼 쓸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길 내심 바랐었는데요. 하지만 그런 건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iPadOS용 IDE 앱이 개발되고 간단한 파이썬 또는 자바스크립트(node.js)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라지만 역시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이네요…

애플이 M1 칩셋을 아이패드에 탑재하면서 PC로 할 수 있는 것을 아이패드로도 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여전히 PC와 태블릿 컴퓨터 간의 경계를 구분 지으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아이패드 프로 3, 4세대를 갖고 있다면 무리해서 5세대로 넘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팀 쿡 프로(?): 여전히 가격이 프로이다! 불만 있어요?! California로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