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알못 2021년 2분기 종영 애니메이션 감상평

이 글은 브런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번에 감상평을 적어볼 애니메이션은 《불멸의 그대에게 part 1》, 《슈퍼커브》, 《SSSS.DYNAZENON》, 《86 -에이티식스-》, 《우국의 모리아티 파트 2》, 《백 에로우》 그리고 《야스케》 입니다. 2021년 3분기엔 볼만한 애니메이션이 많이 눈에 띄지 않지만 2분기엔 유난히 볼만한 애니메이션이 많았습니다.

1화만 보고 하차한 애니메이션도 있는데 짤막하게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불멸의 그대에게 part 1

애니메이션 《불멸의 그대에게 part 1》은 죽지 않는 존재인 주인공 불사가 세상의 선악에 자극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걸 알고 있으면서 빈 집의 문을 열기 전 기대하는 소년의 모습에 애잔함을, 밝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지만 이면을 숨기지 못하는 소년의 표정에 매료되어 보기 시작한 애니메이션입니다.

1화의 소년을 보고있자니 너무나 애잔…

관찰자: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신이 거하는 환경을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인간에게 변화의 조짐이 되는 것이 감정이다.

돌멩이와 같던 불사가 생명체와 접촉하며 점차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불사가 만난 등장인물들의 복합적인 감정 묘사에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신파가 있는 듯하면서도 일반적인 신파극에서 느껴지는 불호감이 없으며, 불사의 표정에서 작화 붕괴가 나타난 것처럼 보이면서도 인간으로서 성장이 덜 된 불사의 모습을 이렇게 의도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특히 낙원으로 가게 됨을 알게 된 등장인물들의 심정이 너무나 와닿게 됩니다.

part 2에선 제법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갖춘 불사가 노커의 공격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며 2021년 3분기에 계속 방영을 시작합니다. 2021년 3분기에도 필수로 봐야 할 애니메이션입니다!

슈퍼커브

애니메이션 《슈퍼커브》는 스쿠터를 운전하는 여고생들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린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슈퍼커브는 혼다에서 생산하는 커브 시리즈 오토바이 중 하나입니다.

혼다 커브 시리즈

코구마: 어제까지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커브가 있다. 이 커브는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까?

이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룹니다. 위기와 갈등이 고조된 후 이를 해소하거나 떡밥을 던져 회수하는 이야기를 그려 나가는 애니메이션들과 달라서 때문에 지루하게 늘어지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이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한 이유는 제가 타고 있는 전동 킥보드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슈퍼커브가 닮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주인공이 중고 슈퍼커브를 싸게 구입한 모습이 전동 킥보드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지인을 통해 저렴하게 중고 킥보드를 구입했던 제 모습과 닮아있고, 조작법을 익히며 배워나가는 모습이 전동 킥보드를 미숙하게 다루던 제 모습과 닮았습니다. 또한 핸들 커버를 끼우는 건 아재 같다면서 결국 설치하는 장면이 전동 킥보드에 안장을 달면 타는 모습이 거추장스러워 보인다면서 결국 설치했던 저와 닮아있고요. (……)

커브를 관심사로 둔 친구들을 만나며 친해지는 이야기인데… 현실에선 전동 킥보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인식이 너무 안 좋아서 숨어서 타게 되는 것 같네요… (광광 우럭따 8ㅅ8)

SSSS.DYNAZENON

애니메이션 《SSSS.DYNAZENON》은 주인공과 동료들이 거대 로봇 다이나제논에 탑승하여 인간을 멸종시키려는 괴수 우생 사상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그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입니다. 다이나제논이란 이름은 전광초인 그리드맨에 등장하는 다이나 드래곤과 갓 제논을 합친 이름입니다.

매번 조각조각나는 도시…

시즈무: 그런 식으로 조각조각이 나다니…
요모기: 조각조각이니까 우리가 만난 거야!

주인공과 함께하는 등장인물들은 과거에 상처를 입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메카에 탑승하여 다이나제논으로 합체하여 괴수를 물리치는데요. 합체함으로써 역할을 서로 분담한다는 설정은 이 애니메이션의 캐치 프레이즈인 Scarred Souls Shine like Stars(상처 입은 영혼들은 별처럼 빛난다)를 잘 보여주는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를 원하지만 자신을 속박하거나 타인에게 휘둘리는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는 괴수 우생 사상과 그런 부자유를 인정하며 타인과 함께 살아가겠다는 주인공의 다짐도 인상 깊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트리거 특유의 작화를 볼 수 있어 좋았고, 몇몇 트리거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용두사미식 전개도 없어서 괜찮았습니다. 보통 음악을 처음 듣고 나서 바로 마음에 든 적이 거의 없지만 5화에 수록된 ALL THIS TIME이라는 곡은 남다르네요!

86 -에이티식스-

애니메이션 《86 -에이티식스-》은 무인병기 레기온과 산마그놀리아 공화국의 부조리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라이트 노벨 원작의 애니메이션입니다. 86(에이티식스)는 85개의 행정구역으로 구성된 공화국의 바깥 구역 또는 머리와 눈의 색이 백색이 아닌 인종을 뜻합니다.

메카닉이 코드기어스 망국의 아키토에 등장하는 것과 닮았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에 눈에 띄는 요소는 공화국을 지배하는 뷔페식(?) 논리입니다. 공화국은 자유와 평등을 내세우지만 이는 백색 인종에게만 해당하는 것이고, 무인병기를 개발하여 레기온의 침략을 막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에이티식스 주민들의 희생으로 레기온의 침략을 막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에이티식스를 전멸시켜야 공화국이 죄를 짓지 않는다는 논리도 등장하는데 이는 마치 목격자만 없으면 어떻게 죽이든 암살로 본다는 논리 같기도 하네요.

주인공이 아무리 노력할수록 공화국의 체제 하에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도 볼만한 요소입니다. 주인공은 본인이 지휘하는 부대원들을 계속 살리려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부대원들을 더 괴로운 전장으로 내몰 뿐입니다. 선행을 베풀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니 주인공은 점점 악마 같은 천사가 되어갑니다. 2021년 4분기에 방영 예정인 2기 애니메이션에선 주인공이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집니다.

우국의 모리아티 part 2

애니메이션 《우국의 모리아티》는 셜록 홈즈 시리즈를 재구성한 만화 우국의 모리아티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입니다. 2020년 4분기에 파트 1이 방영된 후 2021년 2분기에 파트 2가 방영되었습니다.

모리아티 vs 셜록홈즈 승자는…?

모리아티: 필요악과 순수악. 어느 쪽이 더 나을지 승패를 겨뤄 보자!

이 애니메이션의 묘미는 신분(계급)제로 인해 고통받는 현실을 바꿔보고자 주인공인 윌리엄 제임스 모리아티가 꾸며 나가는 범죄 컨설팅입니다. part 1에선 신분제를 악용하는 귀족들을 처단하는 이야기가, part 2에선 자진해서 필요악이 되어 국가의 부조리한 신분제를 바꿔보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한 7화에서 살점 1파운드를 도려낸다는 모리아티의 논리에 감탄했던 게 기억나네요.

백 애로우

애니메이션 《백 에로우》는 벽으로 둘러싸인 세계 린가린드에 벽 바깥에서 온 낯선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입니다. 요즘 보기 힘든 2쿨 구성의 메카닉 애니메이션이네요.

개인의 신념에 따라 메카닉으로 변신!

문과 무 그리고 신념이 눈에 띄는 애니메이션입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게 아쉽습니다. 마지막화의 장면은 이 애니메이션의 복고적인 느낌을 강조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야스케

애니메이션 《야스케》는 흑인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그린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입니다. 야스케라는 인물은 전국시대의 인물인 오다 노부나가의 흑인 사무라이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작화와 액션 퀄리티는 매력적이나 스토리가 좀 당혹스럽습니다. 보기 전엔 흑인 사무라이의 멸시와 차별을 극복하는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봤으나, 이런 것과 전혀 관계없이 전국시대에 판타지가 난무하는 스토리라니!

안녕, 나의 크라머

애니메이션 《안녕, 나의 크라머》는 여자축구에 관한 만화 원작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제목의 크라머는 일본의 축구 감독이었던 데트마어 크라머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스포츠 장르를 대체로 싫어하지만 저의 인생작 《4월은 너의 거짓말》 작가의 애니메이션이기에 한번 보기 시작했지만… 1화만 보고 하차해버렸습니다.

평가가 좋지 못한 애니메이션이더라도 대체로 1화엔 작화에 큰 힘을 쏟고 후반부로 갈수록 작화가 안 좋아지기 마련이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첫 화부터 작화가 너무 엉망입니다. 2화도 스킵하면서 살짝 봤으나 역시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스포츠 장르임에도 정적인 장면이 많고, 작화에 큰 힘을 쏟은 장면이 거의 없으며 등장인물들의 표정도 너무나 엉망입니다. 스토리는 평가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작화를 중점으로 봤을 땐 못만든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합니다.